언론에 비친 KUBS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먹튀성 고배당 요구 반대…엘리엇편 없다"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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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인터뷰
"행동주의펀드 지분 평균보유 기간 2년..기업 파트너 될 수 없어"
"국민연금 주식 매매주기 5년 둬야..정치적 독립성 확보 필요"
"`교수출신 순진한 원장?`..문제해결 답은 대화뿐"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인터뷰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엘리엇 같은 액티비스트(activist)는 기업 동반자가 아닙니다. 단기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무리한 요구에 대비하려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한 기관투자가를 친구로 삼아야 합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행동주의자(액티비스트)는 현금이 많은 기업을 쪼아 주주에게 마냥 배당하라고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가는 동조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지나친 주주가치 환원 요구에 일침을 가했다.

조 원장은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주로 기업지배 구조 분야를 연구해왔다. 2016년 6월에 3년 임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에 취임해 현재 퇴임을 50일쯤 남겨둔 상태다.

◇“기관투자가는 기업 편..대화 시작해야”
조 원장은 “롱(Long) 펀드(기관투자가)는 투자 여력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면서까지 기업에 현금을 배분하라는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기관투자가들은 이번에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엘리엇 손을 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액티비스트가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기간이 평균 2년1개월이고, 기관투자가는 적어도 5년에서 길게는 10년 후를 내다본다”며 “기업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투자가와 파트너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액티비스트와는 그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기에 기관투자가와 행동주의자를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자 타임’(현실을 자각하고서 허탈감을 느낀다는 조어)이 온 뒤에야 깨달으면 늦다는 게 조 원장 생각이다.

물론 한국 기업이 잘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일갈했다. 조 원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상장사 배당 규모가 낮은 국가”라며 “기업은 배당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에게 돌려줄 만큼은 줘야 장기투자가 가능해지고 주인의식도 고취해 기업 경영에 보탬이 된다”고 밝혔다.

한국의 폐쇄적인 의사소통 방식도 문제로 꼽았다. 기업이 기관투자가와 우군(友軍) 관계를 맺는 데 전제조건은 대화라고 봤다. 조 원장은 “기업은 지금까지 (기관)투자가를 경영에서 배제했고, 오너 일가를 대접하는 경향이 셌다”며 “투자가를 적으로 인식하면 대화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기관이 기업을 사익추구 집단으로 보는 시각도 금물”이라며 “기관과 기업 모두 가슴을 열고 마주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민연금, 한은처럼 독립성 확보해야”
조 원장은 국민연금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다. 그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잘못은 지적하고 잘하면 칭찬하는 맏형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주식을 단기간에 사고팔아 수익을 올리려고 하기보다는,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매매 주기를 최소 5년으로 가져가는 게 옳다”며 “국민연금을 추종하는 연기금을 의식해서라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범을 보여야 할 국민연금 지배구조가 모범적이지 않은 것은 아이러니라고 평가했다.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 데 대한 아쉬움이었다. 국민연금이 정치적 영향력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었다. 조 원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장은 보건복지부장관이고, 장관은 정부에서 임명한다”며 “이런 구조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투자공사(KIC)처럼 정부에서 독립한 기관으로서 위치를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네덜란드나 노르웨이 연기금은 이미 독립기관으로 위치를 굳혔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코드, 질적 성장할 때”
이제 막 확산하기 시작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서는 양적인 확장에서 나아가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지금까지는 도입 과정이었다면, 앞으로 활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행사를 얼마큼 하는지가 아니라, 행사 방향과 내용을 보자는 것이다. 조 원장은 “한국은 내년이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지 해수로 5년째”라며 “그동안은 누가 가입을 했는지를 따졌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행사하는지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먼저 제도가 정착한 영국은 우리의 금융감독원 격인 재무보고위원회(FRC)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전반을 평가하고 있어 한국과 비교된다. 조 원장은 “한국에도 이런 역할을 할 주체가 등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이 취임 후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은 취임 두 달 만에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다듬어 발표한 일이다. 1999년 제정하고 2003년 개정한 이후 묵혀뒀던 것이다. 한쪽에서는 기업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했고, 반대 측에서는 기업 편드는 것이라고 반발해 한발짝도 나아가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발표했다. 여기에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조 원장의 철학이 크게 기여했다.

조 원장은 “기준은 대화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며 “우리는 허심탄회하게 서로에게 접근하는 태도가 부족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밖에서는 `교수 출신 원장이라서 순진한 말한다`고 한다”며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와 기업이 소통하라는 것이고, 그러려면 대화밖에 답은 없다”고 말했다.
   
조명현 원장은
△1964년생 △서울대 경영학과(1987년 졸업) △미국 코넬대 경제학박사(1994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1997년~현재)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2010~2013년)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위원(2012~2014년) △삼성테크윈 사외이사(2013~2015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2014~2016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2016년~현재)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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